고양이/사료서리일기

2014 설날 본가 행 기록

planeswalker 2014. 2. 17. 22:32

이번 설 연휴 동안(1/29~2/3) 서리를 데리고 본가에 다녀왔다

작년에 아팠던 것 때문에 거의 2년 만의 방문이었는데, 집을 기억이라도 하는지 금세 익숙해져서 잘 지내고 왔다


1. 2년 만의 목욕의 효과

수술이다 뭐다 해서 2년 조금 넘게 목욕을 못 시키고 있다가 이번에 작정하고 씻겼는데

목욕 이후로 털이 하나도 안 빠진다. 그 동안 겨울임에도 털이 너무 빠져서 (손으로 흝으면 털 블리자드가

날리는 정도) 걱정을 했었는데, 목욕하면서 구프 크림을 발라 놓고 실리콘 브러쉬로 열심히 문질렀더니만

죽은 털이 다 떨어져나간 모양이다. 목욕후 개수구를 보니 희끄무레노란 털들의 산이...ㄷㄷㄷㄷ

결국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단지 빗질을 하도 안해줘서 빠진 털들이 그냥 붙어있었던 것이었다

빗질 열심히 해주자, 아...게으른 나 -_- 반성해야지.


2. 서리 묘생 최대의 굴욕을 당하다

화장실은 기가막히게 가리는 서리 녀석인데, 이번에 아주 큰 수모를 당했다

딩굴거리는 녀석을 잽싸게 이동장에 넣고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이었는데 고속도로를 타자 마자 울어대기

시작했다. 보통은 차를 타면 오히려 조용해지는 녀석이라 이상하다 싶었는데 계속 이동장 문에 마빡을 문대며

나가고 싶어 우는 것을 보니 화장실이 급한 모양이었다. 중간에 세울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어서 달래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는데 대략 10분 정도 울부짖더니만 조용해졌다.

우는 것을 포기하고 잘 참고 있었나 싶었는데, 집에 와서 이동장 문을 여니 뒷다리를 탈탈 털며 나오는 서리 ㅋㅋㅋㅋ

발과 아랫배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이동장 안에서 쉬야를 한 모양이다;;;

- 서리는 병원에 1박 입원해있었을 때도 절대 케이지 안 패드에 쉬야를 한 적이 없었던 녀석이다-_-

그래서 바로 전날 목욕하고 또 집에 돌아와서 한번 더 샤워를 했다는 안타까운 사연.

다행히 홍수 같이 싸진 않았는지 이동장 안은 바닥 커버만 세탁하면 될 정도였다.

병원을 가는 몇십 번의 차량 이동 중에 한번도 이런 적이 없어서 나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다음엔 꼭

차에 태우기 전에 화장실을 먼저 데려가야겠다.


3. 통통 모드 

본가에서 어찌나 잘 먹고 왔는지 아주 살이 토실토실 올라서 보기는 좋은데 식욕이 줄지를 않는다.

건사료는 평균 급여량의 1.5배는 주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모자란지 항상 밥 달라고 재촉을 한다.

이제 어느 정도 아프기 전의 몸무게로 돌아온 것 같다. 아랫뱃살과 더불어...ㅠ.ㅠ 

부모님이 특히 아버지가 서리 간식을 자꾸 주고 싶어 하셔서  말리느라  힘들었다; 서리에게 본가는 그저

'간식헤븐' 처량하게 울기만 하면 "맛난 것 좀 주자" 하시는 분들이 있으니.

이렇게 갑자기 잘 먹는 것도 혹시나 어떤 증상이 아닐까 약간의 의심이 되어서 다음 번 병원 행에서는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본가에서의 서리는 너무 예뻤다...

다른게 아니라 먹을 거 주나 안 주나 눈 똥그랗게 뜨고 인간들 관찰하느라 의도치 않게 똘망똘망한 얼굴이 된 

것이다. 평소 나에겐 그냥 게슴츠레 졸린 눈, 혹은 밥 안준다 삐져서 원망하는 얼굴을 주로 보여줄 뿐이었는데, 

낯선 곳에서는 이렇게 변하는 구나 싶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