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사료서리일기

소심냥의 오산나들이

planeswalker 2009. 6. 13. 00:04

요약 : 연휴에 고양이 데리고 집에 가기

무려 구정때 일을 지금 블로깅하는 센스 *-_-*
그래도 다 쓴게 어디야...TT 아무튼 소심냥의 오산나들이 이야기 나갑니다~~



올해는 구정 연휴가 길어서 결국 서리를 데리고 오산 집으로 내려갔었다. 연휴가 짧았으면 하루정도 집에 놔두고 다녀오려고 했지만, 워낙 길다보니 밥 챙겨줄일도 걱정이고, 가서도 서리 걱정에 편히 쉬다 오지 못할거 같아 큰맘먹고 데려기로 했었다.
엄마 아빠와 수송작전을 짠 결과, 이동은 아빠 차를 이용하기로 하고 연휴 첫날과 말일 고속도로가 막힐 것을 대비해 하루 전 날인 목요일에 미리 데려다 놓고, 나는 연휴 끝의 다음날 휴가를 써서 수요일에 올라오기로 하였다. 결과적으로 서리는 오산에서 무려 6박 7일이나 있었던 셈이다.

준비물은
서리 밥 (주식캔, 건사료 조금), 간식(파운스, 멸치), 장난감(캣피싱토이, 바스락공), 화장실(뚜껑 떼고 평판만), 좋아하는 극세사 이불과 수건, 빗, 캣닢가루, 상비약, 그리고 엄마 아빠를 위한 고양이 관련 지식 프린트물. 이 정도만 해도 배낭 한짐이었다.

차 이동에는 다행히도 한시간 정도 걸렸는데, 택시타고 병원 몇번 가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중간에 딱 한번 아옹 했던거 빼면 이동장 안에서 포복자세로(-_-) 얌전히 있었던듯.

집에 손님만 와도 갈때까지 짱박혀서 나올 생각을 않는 울 소심냥 오산에 가서도 며칠 내내 내 방 구석에만 짱박혀 있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의외로 이 녀석 낯설어서 아옹아옹 울기는 다 울면서 온 집안을 헤집고 다녔다. 물론 처음엔 가족들 다 자는 밤에만 살짝 나와서 탐색했었지만. 결국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베란다와 안방 안의 옷방을 빼곤 안 가본데가 없었다 ㅎㅎ

사실 오산 내려가기 이삼일전에 감기로 눈물까지 흘리며 앓았던 애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약 조금 먹이니 금방 상태가 좋아졌었고 오산에선 호기심과 두려움이 병마를 이겼는지 펄펄 날아다녔다. 밥은 평소보다 적게 먹긴 했지만, 아프거나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그동안 시큰둥하던 장난감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신나게 놀았다. ㅡ나름 낯선 곳에 떨어진 상황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우다다와 놀이로 해소하려고 했던 듯 -_- (그러고보니 이 녀석 첨 데려왔을때도 밤마다 진짜 요란하게 놀곤 했었는데) 겨울 들어서면서 집에선 밥먹고 누워서 딩굴거리기만 하고 잘 움직이지 않으려 하던 녀석이었는데, 희한하게도 오산 내려가자마자 움직임이 많아졌다.

첫날 목요일 밤 잠을 자는데 주위가 소란스러워 눈을 떠보니 서리가 엄마가 아끼시는 화분의 가지를 꺾어서 그걸로 내가 자고 있는 이부자리 주위를 빙빙 돌면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이자식, 이틀전만해도 골골하던 그녀석 맞니)
새벽 동이 틀기 전 잠깐 방문을 열어주었더니 역시나 호기심쟁이, 슬금슬금 기어 나간다. 나를 돌아보며 아옹 울기도 하고. 한시간정도 거실탐색을 마치고 나는 출근을 하고 내가 없을 금요일 하루동안은 서리를 내 방에 두도록 엄마에게 부탁을 했다. 하루종일 뭐하고 있을라나 궁금해서 집에 가자마자 들여다보니 이 녀석 엄마가 들여다 보면 계속 이동장 안에만 있었다고 한다, 방문을 여니 역시 피아노 위에 올려놓은 이동장 안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보아하니 하루종일 그러고 있었던 듯 하다. '서리야~' 하고 부르니 그제서야 날 보곤 내려와서 부비부비하면서 울어댄다. 내가 자기를 낯선 곳에 버려두고 어디론가 가버린줄 생각했던 모양이다-_-이상한 곳에 남겨져서 밥순이는 온데간데 없고, 첨보는 아줌마가 들어와서 청소기까지 돌려댔으니 이 소심쟁이 얼마나 쫄았을까 ㅋㅋ 한 나절동안 본의아니게 오해를 하게 만들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난 왠지 억울하기도 하고.

금요일 퇴근 이후부터는 내가 계속 함께 있을 거니까 맘놓고 집과 식구들 탐색하라고 방문을 열어주었다. 내가 곁에 있어서 그런지 애가 기가 살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래서 은근 기분이 좋았다능-_- 식구들 마주치면 잽싸게 방으로 튀어들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아옹아옹 울면서 부엌이나 거실을 둘러보는 서리.
오산 데려가면서 기대했던것이 따뜻한 햇빛을 받으면서 일광욕하는 서리, 긴 복도를 질주하듯이 우다다하는 서리였는데, 전자는 몰라도 후자는 징하게 하고 온듯하다. 내 방에서는 좁아서 이리저리 부딪히거나 급제동 해야할 곳이 많았는데, 넓은 집에서 다그닥다그닥 말발굽소리를 내면서 직선 코스를 신나게 뛰어댕기는 녀석을 보니 어찌나 흐뭇한지... (그래... 운동 좀 해야지 뱃살 빼지)

그럼 사진 시작.


첫날 밤 "누나 대체 집엔 언제 갈거야!" 대놓고 불만스런 표정으로 시위하는 서리.
오산에서 건진 사진들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감정이 너무 잘 실려있어서...-..-
대략 그 담날 내가 출근하고 집에 없는 동안에도 하루종일 저렇게 있었다고 한다

집안 탐색 시작. 주인 없는 형아 방에도 한번 들어가보고

그 와중에 사진 찍어보라고 포즈도 취해주고

화장실 테러. 부피가 커서 뚜껑 떼고 왔더니... 저상태를 만들어놓음.
똥싸고 모래를 덮으랬지, 누가 밖으러 퍼다 나르랬니.

피아노 의자 아래서. 오른쪽에 보이는 녹색 박스가 임시 식탁이었다.

슬슬 거실로 나와서 엄마 아빠 없나 눈치 한번 보고 서재를 정복하기 시작한다.

TV와 AV기기도 정복하고

엄마의 화분들도 정복하고...

하루에 너무 많은 것을 정복해서인지 지쳐서 잠든 서리.
피아노 위에 수건으로 만든 임시 거처이다. 저기서 그루밍도 하고 잠도 자고...

뭘로 시선을 끌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선명하게 잘 나와줘서 기뻤던 똘망서리 사진.
그런데 찍어놓고 보니 유독 분홍 뱃살만 보인다.

숨은 고양이 찾기. 단지 커텐 하나 있을 뿐인데...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커텐 사이로 아래로 왔다갔다 신나게 놀았다.

어느새 간덩이가 커져서 무서운 횽아 자는 곳에도 가보고
(이불 안에 사람 있음)

엄마 경대 아래 바구니 있는건 어떻게 알고 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ㅎㅎ

오산 집에서 서리의 편안한 안식처가 된 서재 컴퓨터 책상 아래 책장. 엄마의 콜렉션인 차(tea)를 침대삼아 숙면을 취하고 있는 서리.
차 냄새가 맘에 들었던 것일까... 책상에 식구들이 번갈아 가며 앉았다 일어나도 그냥 푹 잔다.

사실은 이렇게 다 관심 없는 듯 자다가도 식구들끼리 밥먹고 있으면 슬그머니 나와서 열려진 서재 문틈으로
살짝 우리를 내다보던 것도 난 봤지만~ -3- 모른척 해줘야지

이제는 엄마 옆으로도 뽈뽈거리면서 잘 다니고

여전히 낯설어 하긴 하지만 무서워하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아쉽게도 연휴가 끝나서 슬슬 집에 적응이 되려던 찰나에 데려올수 밖에 없었지만... 아마 다시 한번 데려간다면 금방 엄마, 아빠랑도 친해지고 집에도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름 새로운 면을 보게 된 기회였달까. 아무튼 별 탈 없이 일주일간의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온 서리에게 박수를 ㅋㅋ


참고로 서리는 오산에서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다시 빈둥빈둥 디굴디굴 모드로 바뀌었다. 너무 익숙한 환경은 재미가 없는 것일까, 그냥 편안해서일까. 이걸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