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서리관찰일지

고양이 무른변 - 서리의 무른변 잡은 이야기

planeswalker 2009. 8. 27. 11:02

(모든 고양이에 대한 해법은 아니니 이런 케이스도 있다라고 읽어주시면 됩니다)


서리는 입양 후 거의 3개월 간을 무른변으로 고생했다.
하루에 두번, 심할때는 세네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찔끔찔금 볼일을 봤으니... 똥꼬는 항상 빨갛고 응가를 싸고 난 담엔 항상 나를 피해 다녔다 (붙잡혀서 휴지로 똥꼬 닦일까봐-_-) 완전 설사는 아니었지만 흐물흐물한 무른변이 전체 응가의 반 이상이었고 가끔 아이스크림 모양의 변도 있었다. 다행히 물응가, 폭포수같은 설사라던가... 그런건 없었지만; 거기까지 했다면 내가 한 5년은 늙었을거다.

석달동안 병원가서 변검사도 해보고
사료도 바꿔보고, 사료 양도 줄여보고
장에 좋다는 다른 것들도 시도를 해보았지만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었다

처방사료 로얄캐닌 인테스티널 (가격 비쌈)
ㅡ그나마 어느정도 변 모양이 맛동산 형태로 잡히게 해 준 사료.   적정량으로 꾸준히 시도를 못해보고 자율급식 하는 바람에 먹는 내내 무른변이었다.

로얄캐닌 센서블
ㅡ그닥 효과 없었음

비오비타,인트라젠
ㅡ그닥 효과 없었음

버박 식이섬유
ㅡ사료 위에 뿌려주면 신기하게도 무르긴 해도 모양잡힌 변이 나왔다. (제품 설명에 의하면 설사에도 좋고 변비에도 좋다고 한다)

방바닥에 똥도장 찍는거야 닦아주면 되고, 한밤중에 똥냄새에 놀라 깨어도 화장실 치워주면 되고, 하루에 몇번씩 화장실 치우려고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오지만 제일 걱정이었던 것은 위장이 안 좋아서 만성적으로 무른변을 달고 사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근 석달간을 이런저런 시도 해보고 고민하면서 (최후의 보루 '생식'만을 남겨놓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서진 병원에 가보았는데...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무른변이 잡혔다. 사실 선생님은 촉진 외엔 다른 검사는 안하셨고 두 가지만 말씀하셨다.

1. 습식(주식캔)으로 바꿔볼것
2. 심리적 요인-환경을 바꿔볼것

- 밥그릇의 위치를 바꾸기
- 화장실의 위치를 바꾸기

2번째는... 성격이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고양이일 경우에 해당한다. 밥그릇을 집안 여기저기 놓아둔 후 사료가 없어지는 양을 보아 높은 곳, 구석진 곳의 사료를 먼저 먹을 경우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며 (다른 큰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 그것이 변상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화장실을 밖에서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외진곳으로 바꾸어준다. 서리의 화장실도 개방되어 있던 입구 방향을 틀어서 밖에서 안 쪽이 보이지 않도록 바꾸어 주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서리는 주로 내가 관심을 갖지 않을때 (내가 화장실에서 씻고 있거나 자려고 불을 끄고 누우면) 큰 볼일을 본다. 이 점으로 미루어보아 어느 정도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서리가 화장실 다녀오자마자 달려가서 응가 확인하는 것도 일단 그만두고 똥칠을 하던말던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런 마음가짐 더하기 화장실 위치를 바꿔주고... 습식을 시도했더니 거짓말처럼 예쁜 응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주식캔의 힘이었다. 선생님 말씀으론 건사료의 섬유소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고양이들이 있다고 한다. 서리도 그런 케이스일지 모른다고 한번 시도해보라고 하셨던건데, 그동안 고생한 것이 허무할 정도로 주식캔 급여한지 하루만에 변 상태가 바뀌었다.

이후 6개월 간 습식 생활을 하였고, 지금은 건사료와 습식을 병행중인데, 습식을 따로 주지 않고 건사료만 급여해도 하루에 한번 예쁜 똥 쌀 정도로 좋아졌다. 몇가지 건사료 테스트를 해본 결과 섬유소보단 단백질과 지방 함유량에 더 영향을 받는거 같기도 하다.
지금도 서리는 가끔 컨디션이 안 좋으면 무른변 한덩이로 끝을 장식하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다. 약을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호전되어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