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사료서리일기

[삼식이탁묘일기 #1] 삼식이가 오다! 첫날

planeswalker 2010. 9. 20. 18:42

삼식이 횽아의 여름 휴가 여행을 위해 삼식이가 대략 10일간 탁묘를 왔다. (9/3~9/13)

여기서 냥이들 소개

삼식이 (6세, ♂, 중성화有, 샴, 6.2kg)
대략 2년전 서리가 없을 당시에 1주일간 탁묘를 온 적이 있다. 이동장에서 꺼내 놓자마자 방 한번 휘- 둘러보고 바로 딩굴딩굴 모드로 들어간 대범묘. 일단 사람이라면 낯가림 없이 대굴빡부터 들이밀며 부비부비~ 애교 많은 개냥이다. 얼굴이 까매서 나는 탄빵 또는 원숭이라고 부른다.

서리 (3세, ♂, 중성화有, 코숏 노랑둥이, 5.4kg)
2년된 울집 동거묘.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무서워한다. 난폭함 전혀 없는 순둥이. 보호소에 있을 당시 수십마리 냥이들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단체생활도 잘 할 것이라 예상. (그 때도 서열 1위만 따라다닐뿐, 문제를 일으키거나 대장노릇 하려는 냥이는 아니었다고 들음)


둘다 남아에 큰 애들이라 혹시나 서열 정리하느라 난투극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러나 둘다 중성화도 되어 있고 삼식이는 오픈마인드에 성격 좋은 대범냥이고, 서리도 겁많은 순딩이라 안심하고 탁묘 결정. (이라기보단 지인의 냥이라 당연히 탁묘하는 것으로 결정 ㅋㅋ)



일단 두 녀석 얼굴을 보게 해준 결과 바로 주먹이 날아가는 사태는 없었다.
다만 이상한 남자 사람과 고양이의 습격에 서리는 쫄아서 도망다녔고,
삼식이도 2년 전과는 다르게 침대맡 구석으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삼식이 횽아가 돌아가고 난 후 내버려뒀더니 예상대로 삼식이가 구석에서 나오긴 했는데...


...계속 저러고 있다. 냥이들이야 좁은곳을 워낙 좋아하니까, 그냥 '자식...취향 좀 특이하네'
이러고 말았건만, 한참을 가만히 있길래 보니 이녀석 못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ㅅ;
(들어갈때야 잘 들어갔지만, 몸을 돌릴수가 없는 곳이라 엉덩이 부터
나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엉덩이를 뒤로 당겨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거기... 날 좀 꺼내주지 않겠는가"

결국 옆의 옷장을 밀어서 틈을 만들어줬더니 잽싸게 빠져나오는 삼식이.
아이고 웃겨 ㅋㅋ

그리고 그런 삼식을 뚫어지게 관찰하고 있는 서리. 표정이 심각하다.

창문을 통해 베란다로 나간 삼식을 눈으로 여전히 쫓고 있는 서리.
눈에서 레이져 나오겠다.

그들의 눈싸움. 한참을 서로 말없이 노려보다가...

결국 삼식이가 자리를 피한다.


이 와중에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잠깐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온 사이 삼식이가 보이지 않길래, 베란다에 나가봤더니
열어놓은 창문 창틀 위에 올라가 저 밖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눈을 의심한 것은 있어야 할 방충망이
안 보인다는 사실...잽싸게 달려가서 삼식이를 내려놓고 창문을 닫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방충망이 아래로 떨어진줄
알고 밖으로 나가봤더니 아무것도 없다.살펴보니 삼식이 이 녀석 방충망을 옆으로 활짝 밀어서 연 모양이다. 그런건 어디서
배웠니 ㅠㅠ 혹시라도 삼식이 녀석 뛰어내렸으면 아마 이 날 눈물과 땀을 쥘쥘 흘리면서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었을거다.
가뜩이나 깜깜한데선 안 보이는 애인데 -_- 서리는 방충망은 절대 안 건드리는 녀석이라 방심하고 있던 내 잘못이다.
차라리 이날 알았으니 망정이지, 이걸 모르고 열어놓고 외출했다가 돌아와보니 집에 삼식이와 서리 둘다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면... 지옥이었을거다 허허. 아무튼 삼식이의 방충망 열고 가출할 뻔한 사건은 다행히도 미수로 끝났다.
결론은 '냥이 키우는 집은 너도나도 문단속 주의!'




이런 심장이 벌렁벌렁한 사태를 만들어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양,
그 성격 어디갔나 싶게, 2년만에 보는 누나 앞에서 애교 부리는 삼식이.

삼식이는 참 딩굴딩굴을 좋아한다. 틈만나면 바닥에 누워서 딩굴 하다가 기지개.
얼굴이 까매서 그런지 사진을 많이 찍어도 건지는 건 몇장 없다. 까만 애들이 사진발이 좀 안 받는게 사실인가보다.

털이 까매서 그런지 배쪽의 봉제선이 확실히 드러나 보임 ㅋㅋ

쭉쭉 기지개도 펴고...

제 집처럼 놀고 있는 삼식이가 못마땅 했던지 캣타워 위에서 노려보고 있던 서리가 내려왔다.
(찍고나서 나중에 보니 서리 뱃살에 유독 눈이 간다...이제는 앉아있으면 땅에 닿네?;;)

다행히 별 물리적 충돌 없이 관찰만 하는 줄 알았더니... 

생전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로 삼식이를 향해 울기 시작한다.

서리의 울음소리에 삼식이는 놀라서 베란다로 대피하고, 그런 삼식이를 따라 서리는 베란다 문가에 자리잡고 앉아 울기를 계속한다.
삼식이는 별다른 반응은 없었지만, 놀랐는지 창틀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으려 한다.


동영상 (소리를 들어야 함)

이건 뭐... 어디 주온 같은 영화 효과음으로 써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그런 소릴;
저 베란다 문 밖에 삼식이가 있음... 서리야...귀신 나오겠다...ㅠ.ㅠ
 


베란다에서 방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창틀 위에 앉아있는 삼식이가 짠해서 서리가 캣타워 위에 올라간틈을 타서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사람한테는 그닥 낯가림이 없어서 다행이다. 서리가 울어제낄 때는 삼식이가 나한테도 하악질을 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 녀석도 순한 녀석이라 다루기는 쉬운 편이다.

캣타워 위의 서리와 또 눈을 하염없이 마주치는 삼식.
"얘들아, 서로 고만 보고 각자 할 일들 하렴" 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어쨋든 첫날밤은 이렇게 넘어가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