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탁묘일기 #6] 간식캔 나눠먹기, 헤어지기 (열번째,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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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묘 초기에 간식캔 땄다가 삼식이가 눈치보느라 제대로 못 먹은 것이 생각나, 집으로 돌아가기 전날 캔을 하나 따주었다.
나의 로망- 머리 맞대로 사이좋게 먹기,를 실현할 수 있었는데 사진 찍는다고 접시 위치를 옮겼더니 삼식이가 뒤로 물러나버렸다. 이런...
그리고 털썩 누워버리는 삼식이 (뭔 뜻이냐 -.-)
결국, 간식 접시를 코 앞에 대주니 그제서야 거만하게 누워서 먹는 삼식이... 하체는 누워있고, 상체는 팔굽혀펴기하는 자세가 더 불편해보이는데 -_-;
삼식아, 좀 일어나서 앉아 먹지, 그게 그리도 귀찬단 말이냐~
이 때 찍은 동영상. 플레이 시간이 길어서 중간에 편집할까 하다가 나중에 보면 또 추억이 되겠지 싶어서 그대로 두었다.
동영상 내용을 3줄 요약하면,
1. 누워서 거만하게 찹찹거리면서 간식 먹는 삼식이
2. 자기 몫 끝내고 낼롬낼롬하면서 눈치보는 서리 (그 와중에 급히 먹은 티 내고;;)
3. 삼식이가 다 먹자마자 냉큼 달려가서 삼식이 접시 설거지 하는 서리
서리가 참치캔이라면 환장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매너 없게 삼식이 먹는데 대굴빡 들이밀진 않아서 다행이다.
다음날, 퇴근 길에 들린 삼식이 형아가 삼식이를 데려가고, 이 때 삼식이 형아한테 잡혀서 혼비백산한 서리는 숨어있느라 삼식이 가는 것도 못 봤다. 그 이후로도 없어진 삼식이를 찾거나 하진 않고 전처럼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간 서리. 난 자리에 외로움 느끼기엔 아직 쌓은 우정이 얄팍해서 그런가 ㅎㅎ
탁묘 10일 하면서 느낀 것은,
고양이는 백묘백색. 처음 내 고양이와 나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는데, 나와 남의 고양이, 내 고양이와 남의 고양이가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함을 미리 알고 각오해야 할 것이다. 삼식이는 신사(gentleman)라 내가 딱히 힘든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서리가 하지 않는 버릇을 삼식이는 갖고 있었고 (화장실 버릇, 노는 버릇 등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 나도 적응을 해야 했다. 남의 고양이가 내 고양이와 다른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
삼식이와 서리, 피터지게 싸우고 으르렁 거리는 사태는 없었지만, 그래도 10일간의 시간은 둘이 친해지기에 짧아서 삼식이는 탁묘 기간 동안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한 1-2주 더 같이 있었더라면 좀 더 사이가 좋아졌을 것 같아서 아쉽다. 더불어 언제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둘째를 들일 때도 첫째와의 관계를 제일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서리 같이 단체생활 경험이 있던 고양이도 2년 여의 시간을 혼자 지내온 이후에 다른 고양이가 들어오자 심하게 경계를 했다. 단순히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아무튼 이렇게 삼식이는 떠나가고 서리는 다시 한량 모드로 돌아왔다.
추가 >
원룸에서 두 마리는 무리일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두 마리랑 같이 살아보니, 좁은 방에서 두 마리 이상씩 키우는 것도 (실제로 그러한 반려인 들이 있는 것처럼) 가능은 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두녀석 다 몸집은 크지만, 얌전한 녀석들이고, 둘 다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만 마련해주면 그닥 좁지 않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앞가림 잘 하는 녀석들이라 평소보다 밥만 좀 많이 꺼내 놓으면 손 갈 일도 없고 말이다.
다만, 화장실 청소와 털 청소는 별개의 문제. 응고형 화장실에서 두 마리 분의 감자와 맛동산 캐느라 힘들었다. 굴러다니는 털뭉치도 눈에 띄었고. 이런건 부지런함과 근성으로 극복해야겠지.
좀 더 행복한 고민이라면, 두 마리에게 어떻게 하면 사랑을 잘 나눠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한마리 쓰다듬쓰다듬 하다가도 다른 녀석 삐질까봐 데리고 와서 궁디팡팡 해주고. 이녀석한테 눈 맞추고 말 걸어주면 저 녀석한테도 눈 맞추고 말 걸어주고. 한마리에게 온전히 쏟을 시간을 나눠서 둘 다 만족시키려니 내가 더 바빠질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