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6일부터 2012년 4월 22일까지 약 두 달간 이사 및 짐정리 기간에
오산 부모님 댁에서 서리 탁묘
탁묘도 처음, 서리와 이렇게 오래동안 떨어져본적도 처음, 부모님이 고양이 캐어하시는 것도 처음
결과적으로는 매우 성공적인 탁묘였다.
서리도 초반에 설사 증상이 있었지만 자연치유, 잘 먹고 (특히 간식 잘 얻어먹고) 잘 놀다 옴, 딱히 큰 사고도 안 쳤음
큰 집에서 전력 질주로 운동도 많이 하고 햇빛 드는 낮 시간엔 창가 명당 자리에서 온 몸을 지지며 광합성도 잘 했다 함
부모님도 서리 많이 이뻐해주시고 정이 많이 드셨는지 서울로 데리고 올 때 매우 섭섭해 하셨음
참고로 10여년 전에 집에서 고양이 키우자고 하면 절대 안된다고 고양이 싫다고 하시던 분들임 -_-
엄마
1. 아빠의 증언에 의하면 "늦둥이 본것 같다" 우쮸쮸 모드가 되셔서 계속 말 걸고 이뻐하신다 함
2. 서리는 엄마 컴 앞에 앉아 계실 때 책상 위로 올라와 모니터 옆에 자리 잡고 잤다 함
3. 중간에 집에 들렀을 때 "서리 그냥 엄마가 키울까?" 멘트로 날 놀라게 함 (곧 '그냥 해본 소리야'라고 하셨지만;;)
아빠
1. 남자 어른 사람을 무서워하는 서리와 친해지기 위해 자진하여 간식 급여 담당 (이라 쓰고 간식 셔틀이라 읽음)
2. 입맛 까탈스런 냥이가 닭고기 캔을 거부하자 야밤에 마트 가셔서 참치 캔 사오심 (나는 그냥 안 먹으면 치워버리고 새 것 안 주는데;;)
두 분 다 털은 엄청 날린다고 하지만 그거 때문에 미워하시지 않고 관대하게 이뻐해주심
수제 장난감도 만들어주심, 장난감이 구석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소파 아래 틈을 일일히 다 막아주심 ㅎㄷㄷ
미스테리다.
서리 개냥이도 아니고, 간식 조를 때나 친한척 하지 지금도 엄마 아부지가 만지려고 다가가면 슬쩍 피하고 보는
뺀질한 녀석인데 뭐가 그리 이쁘셨을까.
서리가 오산에 가서 한 생산적인 일이라곤
집안에서 (어딘가 구석에 들어간 걸로 추측되어) 잃어버린 엄마의 안경과 슬리퍼 한짝을 찾아낸 것 뿐, 먹고 자고
딩굴거리는 똥 제조기 주제에 도대체 무슨 매력으로 두 분을 홀린 건지 모르겠단 말이다 ^^
나도 덩달아 생각해보니 고양이의 사랑스러움은 '사람 아기'와 비슷해서이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얻었음
- 딱히 하는 일은 없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러움, 특히 자고 있을 때는 천사 같음 ㅋㅋ
- 만지면 부드럽고 따뜻함
- 먹여주고 잠잘곳 마련해주고 놀아주고 보살펴줘야 할 존재
- 바라는 것 없음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 너도 이만큼 나에게 해줘야 된다는 기대 자체가 없음)
배변은 잘 가리니 사람 아기보다 키우기는 훨씬 쉽다고 하셨지만.
그럼, 서리는 내가 없는 환경에서 잘 지냈을까?
엄마 말로는 처음 1-2주는 많이 울었다고 한다. 특히 내가 집에 돌아가고 난 다음에는 빈 방 마다 돌아다니며 우는
모습이 날 찾는거 같았다고 한다 (T.T) 주말에 오산에 내려가면 확실히 내가 없을 때보다 덜 우는 것 같다고 증언해
주셔서 나도 감동. 2달이 지나 이제 막 잘 적응하려는 때쯤에 다시 새 집으로 데려오게 되어 미안하긴 했다.
앞으로도 어디 여행을 가거나 일이 있을 때는 다시 맡기라는 말씀도 잊지 않고 해주셨다.
사실 고양이 초보자 분들이라 나도 걱정이 많았지만, 믿고 맡길만한 곳이 한 군데 생겨서 든든하긴 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