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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Misc

우연히 만난 짜장 무늬 아기 고양이


지금 사는 동네는 길냥이들을 보기 힘들다. 주기적으로 밥(남은 횟조각)을 얻어먹으러 오는 횟집 앞의
냥이가족들을 제외하곤  집 근처에서 고양이를 보는 일은 어쩌다 한번. 2년동안 10마리도 채 보지 못했다.
그래서 길냥이 주려고 모아놨던 샘플사료라던가, 서리 안 먹는 사료는 죄다 오산 아파트 단지의 고양이들
에게 나눠주었다.

이 녀석은



지난주말 집을 나서다 발견한 고양이이다. 집앞에 놓여진 쓰레기봉투를 뒤지다 무언가를 건졌는지 차 밑
으로 갖고 들어가서 열심히 뜯고 있다. 크기로 보아하니 아직 1년도 안된 아기 같은데...
얼굴에 까만 짜장점이 있는 녀석이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움찔하면서도 차 밑에서 경계만 할 뿐 도망가지 않는다. 흔히 길냥이들이 그렇듯
후다닥 멀리 가버렸으면 아쉬운 맘을 뒤로 하고 갈 길을 갔을텐데, 다행히 도망가지 않아주어서 얼른 집에
들어가서 서리 밥을 한 주먹 퍼 갖고 나왔다. 천천히 다가가서 차 밑에 넣어줄때까지도 도망가지 않았다.
고맙다. 뒤로 물러나서 기다리니 먹을 것인 줄 알았는지 고개를 박고 잘 먹기 시작한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거면 그들의 삶에 관여하지 말라, 라는 말에 동의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한끼 정도 배부르게 먹을수 있도록 도와주는건 나쁘지 않잖아... 비록 저 작은 고양이가 올 겨울을
넘기고 내년에도 살아남을수 있을지는 몰라도.
(대여섯마리 이상이던 횟집 가족들도 유난히 추웠던 올 구정 연휴가 지난 후 3마리 밖에 남아 있지 않았었다)

집에 돌아올때보니 사료 한 알 안 남기고 갈갈이 찢어진 종이 그릇의 잔해만 남아있었다. 하루 식사량보다
훨씬 많이 줬었는데 포식하고 잘 돌아갔기를. 
집을 나설때면 그 녀석이 있나 찾아보곤 하지만 그 뒤론 본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