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란다로 통하는 개고양이구멍
서리 화장실을 베란다에 두고 있다보니 겨울에도 베란다 문을 어느 정도는 열어두고 있어야 한다. 12월초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어느새 날이 너무 추워져서 뚝딱 만들었던 것. 한시간 정도 걸린것 같다. 두꺼운 박스 잘라서 미닫이 문 끝부분과 문틀 사이에 양면테이프와 박스테이프로 고정시킨 단순한 것인데 효과는 아주 훌륭하다. 방안이 너무 훈훈해져서 왜 진작 하지않았을까 싶었다. (사실은 귀찮아서...-.-)
박스 세워놓고 커터로 쓱싹쓱싹 하는데 서리가 반대쪽에서 커터날 가까이 코대고 킁킁거리는걸 보고 식겁했던 것만 제외하면ㅡ이 싱키는 하여간 내 수명 단축시키는게 취미임.
난방 효과외에도 부가적인 효과가 있었으니, 서리가 이 개구멍을 너무 좋아한다. 예전엔 그냥 미닫이 문 가운데를 살짝 열어놓곤 했었는데 그 때완 비교가 안될정도로 너무 즐겁게 들락날락한다. 심지어는 저 좁은 구멍으로 꼭 전력질주를 해서 들어간다. 가끔 나랑 숨바꼭질도 하고. 미관상 그리 아름답진 않지만 여름에 에어컨 틀 때도 유용할거 같아서 떼지는 않을 생각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멀쩡한 것을 보면 견고하게 잘 붙인거 같아 나름 뿌듯하다.
밖이 보이는 비닐을 붙여놓았다. 홈쇼핑에서 옷 지르면 딸려오는 옷 커버에서 비닐 부분만 잘라내었음.
2. 짝퉁 고타츠
겨울에 아무리 난방을 한다 해도 고양이들이 숨쉬는 방 아래쪽은 차가운 공기가 모이기 마련이다. 딱히 집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고 해서 집에 있는 수건과 담요, 그리고 밥상(엄밀히 말하면, 무려 엄마가 교회에서 가져오신 Jesus Christ의 그림이 그려진 접이식 책상이다)을 이용해 고타츠 비스무리 한것을 만들어보았다. 맨 아래에 두터운 담요를 깔고 담요가 약간 정전기 있는 재질이라 그 위에 수건을 한장 놓았다. 그리고 밥상을 놓은 다음 극세사 담요로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3군데를 꼭꼭 덮어주고 앞쪽은 살짝 들춰서 입구를 만들어주었다. 처음엔 머뭇머뭇 하더니 이내 들어가서 자리잡고 누운 서리. 처음엔 어색해 하더니 이내 앞쪽 담요를 살짝 덮어도 알아서 잘 들어가곤 한다. 공기 좀 통하라고 정면쪽은 보통 바닥까지 담요를 덮진 않는데 그래도 안 쪽은 꽤나 따끈따끈하다. 환기 시키면서 찬바람이 들어가 춥지나 않을까 손을 넣어봤더니 후끈한 열기가... 그래서 일단 찜질방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수건 대신 보온매트를 깔았으면 더 효과 좋았을듯 하다. 가끔 안에서 자다가 더워서 그런지 상체만 밖으로 내민 채 자세를 바꾸는 녀석도 볼 수 있었다.
한동안 밥만 먹고 나면 안에 들어가서 배깔고 누워 있길래, 잘 써주니 고맙긴 하지만 너무 운동도 안하고 딩굴거리는 거 같아서 날이 좀 풀린 요즘엔 치워버렸다 ^^